군 복무 중 무릎 인대가 파열됐는데 10달 뒤에야 확인했습니다.
고질적인 군 병원 문제 때문에 국군수도 병원에 민간인 출신 병원장을 데려오기도 했지만, 소용없었습니다
군 의료개혁이 좌초에 빠진 이유를 집중 취재했습니다.
허욱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.
[리포트]
지난해 군 의무사령부가 작성한 내부 감찰 보고서입니다.
사령관 하명 조사였는데, 감찰대상은 유근영 전 국군수도병원장.
근무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병원장의 출퇴근 점검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.
유 원장은 군 의료개혁을 위해 국방부가 영입했던 민간 출신 병원장.
군 병원 개혁을 위해 추진한 과감한 민간위탁 방안이 표류하자 연임을 포기했습니다.
감찰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직 군의관은 이렇게 증언합니다.
[전직 군의관(대령 전역)]
"병원장은 예산을 확보해주고 좋은 사람 데려오고, 국회에 가서 좀 설득하고… 근데 의무사령부는 병원장이 자리를 지켜야지 왜 자리를 안 지키고 외출이나 나가. 그런 걸로 불신을 하고."
업무추진 스타일이 달라 수뇌부와 마찰도 잦았다는 겁니다.
[현장음]
"(군 의료개혁에서 목소리 많이 낸 걸로 알고 있는데 많이 묵살 당한 걸로 들었습니다.)…"
감찰을 지시한 전직 사령관도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.
[전 국군의무사령관]
"이미 지난 일을 논하는 건 타당치 않고요. 어떤 과정으로 됐고, 어떠한 일이 있었다는 걸 말하는 건 타당치 않은 것 같아요."
군 의료체계를 믿지 못하다 보니 아픈 장병들은 휴가까지 써가며 민간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합니다.
[이 모 일병]
"(민간병원 가서 파열인 걸 확인한 거예요?) 네 (얼마나 걸렸어요?) 10개월이요."
[김 모 일병]
"저는 허리가 아픈데 엑스레이 찍는 것도 절차가 아주 복잡해요. 바로 안 됐어요. 민간화되면 그런 것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."
국방부는 지난해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 진료를 분당서울대병원에 맡기는 시범사업을 벌였습니다.
하지만 평가는 냉정했습니다.
[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]
"쉽게 말씀을 드리면 한 1970년대? 1980년대 초까지의 수준? 그걸 믿고 들어갈 수는 없는 거죠. 환자생명을 담보로."
심지어는 수도병원 운영자체를 민간병원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국방부에 전달됐습니다.
더 큰 문제는 시범사업단계에서 확인된 문제점이 상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.
[전직 군의관(대령 전역)]
"기득권이죠. 수도병원이 군이 가진 의료 중에 제일 큰 조직이죠. 조직 자체가 없어지는 거잖아요. 그러니까 기존에 계시던 분들은 불안하죠."
내년 개원예정으로 500억 원이 투입된 국군외상센터는 운영계획조차 마련되지 못했습니다.
[국방부 보건정책과]
"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인데 딱히 어떤 내용이라고 나오지는 않고요."
병사를 위한 군 병원을 만들겠다는 군 의료개혁이 제밥그릇 지키기 논리속에 좌초위기에 처했습니다.
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.
[email protected] 연출 : 송 민
구성 : 지한결 손지은
그래픽 : 안규태